시저리’ 경영철학의 교훈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내부 조직원들에게는 일을 통한 성취감과 그에 대한 대가를, 주주에게는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고객만족과 건실한 국가경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기업인에 게 성공한 기업이나 조직의 경영철학만큼 관심을 끄는 부문은 없다.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이른바 ‘히딩크식 경영’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도자는 사심을 버리고 공정 한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해 조직을 운영하고, 조직원의 능력을 최대화해 어느 곳에서든 자기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들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히딩크식 경영철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생소하지 않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경영철학에도 그 내면에는 같은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들의 경영철학이 세계적으로 벤치마킹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은 그들의 경영철학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원론적인 경영원칙을 지키면서도 자신 이 이끄는 기업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스탠더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우리만의 경영철학이 필요한 시기다 . 요즘 우연히 ‘시저리’란 단어에 얽힌 사연을 접하고 이것이야말로 우 리 기업이 가꾸고 지켜야 할 원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시저리’는 충남 예산 지역의 방언이다. 자기 이익보다 상대방의 처지를 더 걱정하는 ‘이타심(利他心)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어떤 고객이 한 개에 1000원인 배추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갔다. 그는 상품의 배추를 발견하고 가게주인에게 1200원에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주 인은 그렇게 팔 수 없다고 했다. 손님은 자기가 값을 낮게 불러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러면 가격을 더 쳐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주인은 계속해서 안 된다고 대답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이웃 가게의 주인이 “가격을 후하게 쳐준다고 하는 데 왜 안 파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손님에게 1000원짜리 배추 를 1200원에 팔면 손님이 200원을 손해 보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배추 값을 더 높게 부를수록 그 손님의 손해는 그만큼 더 커진다고 했다. 동료 상인은 그를 ‘머저리’라고 생각했다. 과연 머저리일까. 물론 손님이 부르는 가격대로 배추를 팔았다면 주인은 순간적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다면 다시는 손님을 상대로 신뢰를 주는 거래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가게주인같은 사람을 가리켜 ‘시저리’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우직스럽게 ‘시저리’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시저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식들을 가없이 사랑하는 부모, 종교에 헌신하는 사람,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바로 ‘시저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방침과 철학에도 표현은 다르지만 ‘시저리’ 정신이 깃들어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고객만족 경영, 정도 경영, 인간중심의 경영, 기본에 충실한 경영 등이 바로 고객과 함 께하겠다는 기업 의지를 담아낸 좋은 사례다. 흔히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다고 한다. 그 의미에는 고객의 만족 을 극대화하면서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 고객은 단순히 소비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 주주, 지역이나 사회 단체, 정부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경영철학이다. 우리의 경영철학이 글로벌스탠더드로 성장 발전하려면 우리만의 독특한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서구의 조직 혹은 운영에서 그 해법을 찾았다면, 앞으로는 고객을 중심에 놓고 실천하는 ‘시저리’ 의 자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인 호 LG애드 사장
필자약력 ▲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 LG 기획조정실 전무 ▲ 한국광고학회 이사 ▲ 한국ABC협회 이사 ▲ 한국광고업협회 회장
내외경제 5면 [내경포럼] ‘시저리’ 경영철학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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