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향수...
현재 고향집
주소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상길성길 ( 송학정 ) 다음 지도 http://dmaps.kr/966z
본가집 마당가에 목화꽃
70년도 옛날 고향집
요즘처럼 삼복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이면
어린 시절 여름밤에 얽힌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는 저녁이면
어머니는 들에서 돌아와 허리 펼 틈도 없이 그 많은 식구들 저녁 준비에 바쁘셨지요
집집미다 주방 ㅡ불 때는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 있지만
여름날 부엌에서 불 때고 밥 하면 그날 밤은 더워 잠자기 힘들기 때문에
간이 실외 부엌이 집집마다 한 개씩은 뒷 뚜란 앞마당에 못쓰는 드럼통으로 만든 화덕 또는
조그마하게 만든 부엌에서는
마른 장작불이 지펴지고
각 가정 형편에 맞는 저녁거리가 만들어지곤 했지요
6~ 70년대 초에는 이맘때 저녁 주 메뉴가
칼국수, 감자 수제비, 감자떡 ( 밀가루 반죽에 강낭콩 넣고 만든 떡)
국수털래기 (국수와 묵은 김치 넣고 끓임) 등을 매일 저녁 먹다시피 했었죠
( 만들기 간단하고 많은 식구가 푸짐히 먹을 수 있고 )
저녁상은
구수한 흙냄새 솔솔 풍기는 뒷 뚜란, 또는 앞마당
너른 마당에 볏짚으로 짜놓은
커다란 멍석을 깔고 , 대식구, 적게는 대여섯 많게는 열명 이상이
한쪽에 모기 쫓느라 피어오르는 쑥 태우는 연기에
눈물 콧물 찔끔 거리며 저녁을 먹고 나면
한낮 동안 흘렸던 땀을 씻으러 삼삼오오 무리 지어
동네 가운데 흐르는 냇가로 몰려갑니다.
왜냐고요
멱감으러 ~ 그 당시 냇가는 동네 샤워장 목욕탕이었죠
그곳도 불문율 구역이 있었지요
여자들 목욕하는 곳 남자들 목욕하는 곳
때로 짓궂은 악동들은 여자들 목욕하는 곳 플래시불로 비춰 혼비백산 만들기도 하였고요
목간하고 돌아와
반딧불이 반짝반짝 , 뒤동산에 솔부엉이 부엉부엉
우리들은 넓은 마당에 펴놓은 까칠한 멍석에 드려 누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까만 밤하늘을 예쁘게 수놓은
반짝이는 별을 하나 둘 헤더밤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무수한 별들의 향연
그렇게 곱고 아름답던 밤하늘은 지금은 볼 수가 없지만요
또 할아버지 할머니에 다리를 베개 삼아 다소곳이 누워
구수한 옛날이야기 듣던 일
그 당시엔 웬 귀신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ㅎㅎㅎ
처녀귀신, 총각귀신, 몽당귀신, 빗자루귀신,....
애구구 ~~ 너무 많아요 귀신 ~~~
옛날이야기가 끝나면
개구쟁이 동무들과 어울려 술래잡기 와
어둠 속을 헤엄치는 반딧불이 찾아
동네 어귀를 한 바퀴 돌며
반딧불이 꽁지를 잘라 이마에도 팔에도 붙이고 으 흐 흐 흐 ~~
나는 도깨비다 ~~
이렇게
밤이슬에 바짓가랑이 함초롬히 젖는 줄도 몰랐답니다.
지금은 그 많던 반딧불이도 보기 힘들어졌죠
그렇게
마냥 즐겁고 행복해하던 순수한 어린 시절
여름밤에 얽힌 아름다운 추억은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지금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아련한 추억의 강을 건너 그 시절로 가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고향 노래 모음 15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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