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2일 능소화 핀 본가집
능소화 꽃말: 여성, 명예, 단 하나의 사랑
능소화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이원규 시집 <옛 애인의 집>. 솔. 2003
집 주소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상길성길 (송학정 ) 다음지도 로드북 크릭 http://dmaps.kr/966z
당신을 향해 피는 꽃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내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고는 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나무와 잘 어울렸다
담이라면 그건 목을 빼고 기웃거리던 돌담이었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곧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 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꽃피어 있노라고
굽이굽이 이렇게 흘러왔다
한 꽃이 진 자리 또 한 꽃이 피어난다.
박남준〈당신을 향해 피는 꽃〉
시집 [적막] 창비시선. 20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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