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농연 4월호 - 농협개혁 시리즈)
농축협 이감사·대의원의 임무와 역할(2)
한민수 /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 연구팀장
지난 월간 한농연 2·3월 합본호부터 농축협 이감사·대의원의 임무와 역할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4월호에서는 “농협 개혁을 위한 올바른 대의원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
이 자료는 2006년 7월 28일 철원 동송농협 대의원협의회 주최로 열린 “농협 개혁을 위한 올바른 대의원의 역할” 자료집의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 것이다.
- 편집자 주 -
왜 대의원 및 대의원총회가 중요한가?
대의원총회는 조합 정관의 변경, 차기 년도 사업계획의 수립, 예결산 수립 및 승인 등 조합의 각종 중요한 문제를 결정에 대한 최고 의결기관이다(조합 총회를 대신한 대의기관의 역할을 수행). 따라서 대의원의 역할과 대의원총회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조합의 발전과 쇠퇴가 좌우된다.
농협법 제35조부터 제42조의 내용을 살펴보자. 대의원총회에서는 사업계획의 수립, 사업보고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잉여금 처분안과 손실금 처리안 등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대의원 및 대의원총회는 사실상 조합의 모든 업무를 평가․감시․제안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대의원총회는 조합장이나 이사들의 업무 불성실에 대한 감시와 사업의 불합리한 운영이나 비리 등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조합의 투명한 운영을 강제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대의원총회는 이사나 조합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조합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조합 운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대의원총회는 어떤 모습인가?
하지만 그동안의 대의원 총회는 이런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선 많은 대의원들은 대의원총회를 위해 최소한의 예산수지표에 대한 숙독과 분석, 결산서에 대한 검토 등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대의원총회에 참가하는 ‘거수기’의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0시 정도부터 대의원총회가 시작돼 조합장 인사, 직원보고, 안건제안 설명 등을 들으면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나간 뒤 대의원총회가 충분한 토론 없이 안건을 승인하는 경우도 있다.
대의원들의 자질이 낮은 문제도 한농연 농축협 이감사·대의원 교육 등을 통해 계속 지적되고 있다. 많은 대의원들이 조합의 ‘복식부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나이 많은 대의원들의 경우 조합 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면에 받쳐 ‘조합 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일부 대의원’들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의원총회를 네 가지 등급으로 나눈다면?
□ 4등급
○ 앞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조합장이나 전상무가 보고를 쭉 하고 난 다음에 별다른 토론 없이 일괄 통과시켜주고 식사를 하러 가는 총회를 말한다.
○ 혹은 몇몇 문제를 제기하는 대의원들이 있어도 주변에서 만류하거나 해서 문제를 제기한 대의원이 아무 답변을 듣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자리에 앉은 총회도 마찬가지다.
□ 3등급
○ 문제제기가 되어도 실제 협동조합적인 모습과 달리 겉껍데기만 훑는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시 1) 손익계산서의 순손익 항목만 보면서 “왜 올해는 적자가 났는가?”, “왜 경제사업은 올해 적자인가?” 등의 단편적인 질의를 하는 경우 (예시 2) 자기 지역 이기주의 측면에서 “왜 ○○ 지역에는 건물을 지으면서 우리 지역에는 안 지어 주느냐?” 등과 같은 문제만 제기하는 경우 |
○ 이런 질의들은 보통 정확한 자료와 문제점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없이 감정적으로 질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런 경우 대부분 조합 임직원들의 이유 있는(?) 설명에 대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워 그냥 주저앉고 만다.
□ 2등급
○ 최근 지역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면서 열성적인 대의원들의 문제제기에 의해 조합 임직원과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다.
○ 대의원 자료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대의원총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다. 또한 개별 대의원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대의원 총회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토론이 진행되는 분위기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 하지만 아직까지 조합원과 조합간의 불신의 골이 있는 상황에서 조합 활동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토론과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조합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조합의 계획반려를 요구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 가장 자주 나타나는 예가 “직원들의 임금이 많다” “경상경비를 많이 쓴다. 특히 ○○ 항목의 예산은 너무 많다” 등의 방식으로 문제가 제기된다.
○ 하지만 대다수 조합이 3, 4등급 수준의 대의원총회에서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라도 논의되는 것은 몇몇 대의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며,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은 이같은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 1등급
○ 가장 이상적인 대의원총회의 모습이다. 참여 대의원들이 조합의 현안과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한해의 예결산을 평가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며, 참여의 결의를 다지는 축제의 장으로 구현되는 것이 1등급 대의원총회라고 하겠다.
○ 이런 대의원총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의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조합의 경영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함께 조합 발전을 고민하려는 조합 임직원들의 올바른 자세도 함께 따라야 한다.
○ 1등급 대의원총회가 열릴 수 있다면 조합의 발전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1등급 대의원총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대의원의 역할, 우군을 반드시 확보하라!
한두 명의 개혁 의식이 있는 대의원이 대의원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잘못하면 “왕따”를 당하고 좌절될 수 있다. 아무리 올바른 지적을 해도 대의원 총회의 대다수 참석자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한다면, 개인적으로도 힘이 빠질 뿐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조합의 발전을 막아버리는 역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의원총회에서 정확한 문제제기가 되고, 그것을 대의원들이 진지하게 듣고 조합 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전에 먼저 사전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합 단위의 발전적인 대의원총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굳이 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지 않더라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대의원들을 모으고, 함께 고민을 정리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협 개혁의 기본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총회를 잘 준비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뜻이 맞는 대의원들과 함께 적어도 2~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꼭 확인해야 할 자료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대의원총회를 발전시키고자 해도 스스로가 어느 정도 모르면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짚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들어가야 한다.
① 지역농협의 정관 및 농업협동조합법을 반드시 확보·숙지하라
- 정관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조합에 가면 조합원에게 의무적으로 열람해 주어야 하고, 복사비만 조합원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정관 전문을 복사해 주어야 한다. 반드시 조합의 정관 전문을 입수한 뒤, 꼼꼼히 숙독해야 한다.
- 농업협동조합법도 조합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다. 만약 직접 달라고 요구하기 곤란하다면, 한농연중앙연합회 홈페이지의 “농협개혁 게시판”에서 내려받아서 활용하면 된다.
② 9월말 사업보고서 및 가결산 자료를 확보, 분석하라
- 사업보고서는 의무적으로 대의원에게 조합에서 송부하기로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때 9월 가결산 자료도 동시에 보내 주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예산총회시 각종 사업의 계획량과 비교해 분석할 수 있다.
- 또한 결산총회시 9월 가결산 자료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유심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③ 지난 3년간의 대의원총회 회의 자료를 반드시 확보하라
- 예결산 총회 자료를 3년치(2006~2008년) 정도를 검토하면 조합 경영의 대략적인 흐름을 알 수 있고 각종 지표의 변화율을 계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예산총회와 결산총회를 준비한다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④ 한농연중앙연합회 홈페이지 “농협개혁 게시판”의 자료를 활용하라
- 한농연중앙연합회 홈페이지의 “농협개혁 게시판”에는 농협 개혁 운동에 필요한 각종 자료와 신문 기사들이 체계적으로 정리․게시되어 있다. 또한 한농연 회원 및 일반 농민들이 자유롭게 올린 농협 개혁 운동 자료가 상당수 확보되어 있다.
- 수시로 “농협개혁 게시판”의 자료를 활용하고, 의문사항이나 구하기 어려운 자료가 있을 경우 중앙연합회에 연락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중앙연합회에 확보되어 있는 자료는 최대한 제공할 것이며, 담당 실무자의 역량을 뛰어넘는 문제는 농협 개혁 전문가와 연결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⑤ 한농연 농축협 이감사·대의원 교육에 적극 참여하라
-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는 오는 3월 30일부터 2009년도 상반기 농축협 이감사·대의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농연 출신은 물론 타 단체 소속 농축협 이감사·대의원들까지 예결산 대의원총회 대응 방안, “OO조합 개혁 과제 합의 운동” 전개 방안 등을 교육할 방침이다(교육 문의전화는 02-3401-6567, 이철주 사무국장).
- 이를 토대로 각 조합마다 한농연 주도의 대의원협의회를 구성, 예결산 대의원총회 대응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는 대응 활동을 적극 전개하되, 회원조합 내 회계․사업 부문의 개선사항을 적극 발굴, 예결산 대의원총회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 예결산 대의원총회를 통해 관철한 내용을 안정적으로 실천․점검하기 위하여 “OO조합 개혁 과제 합의 운동”을 적극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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