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 닿는글

(책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 원철스님

따뜻한 하루 2014. 12. 8. 23:00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이다.

출근이 드러냄이라면 퇴근은 감춤이다. 화장이 노출을 위한 드러냄이라면 민낯은 은둔을 위한 것이다.

… 노출로 인한 피로와 허물은 은둔을 통해 치유하고, 은둔의 충전은 다시 노출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배추걷이가 끝나고 휑하게 빈 산밭을 바라보며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인 셈’이라고 생각한다.

밥상에 올라온 봄동 겉절이를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겨울은 봄을 안고 봄은 겨울을 안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거두어주는 가운데 (계절은) 서서히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그런 이치를 아는 중도적 안목을 지닌 이가 ‘봄동’이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책 제목의 ‘집’은 무슨 뜻일까. 스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깨달음의 길도 마찬가집니다.

마음을 내는 그 순간에서 가까이 있으니까요.”

 

이 세상에 극복할 수 없는 일은 없다”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괴로움이 적당히 있기 때문에 그런 대로 살 만한 곳이 이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원철스님  지음

 

책속에서 ...

 

 P.152눈길을 걸으면서도 뒤에 남는 발자국까지 걱정하지 말라. 사실 그냥 당신 갈 길만 유유히 바르게 가기만 하면 될 일다.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판 단은 뒷사람의 몫이다. 설사 앞사람의 발자국을 똑같이 그대로 따라 간다고 할지라도 그건 같은 길이 아니라 뒷사람이 새로 가는 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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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까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스스로 너무 처져 버린 느낌이 싫어 찻상을 당기고는 물을 끓였다. 끓는 물은 올라가면서 소리를 내고 비는 내려오면서 소리를 낸다. 두 소리가 방문을 경계로 묘하게 어우러진다.

 

해야 할 일’은 알겠는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도대체 뭐였지? 그리고 냉정하게 살펴보건대 해야 할 그 일이 하고 싶은 그 일을 방해한 적이 있었던가? 괜히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나누는 순간 그것이 불행의 시작은 아닐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토忍土, 본래 참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땅이다. 한 단계 낮추어 감인堪忍이라는 완곡한 표현도 사용했다. 참지 못할 고통이 없는 땅인 까닭이다. 이 세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괴로움이 적당히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는 의미다.

 

 

계절의 흐름을 읽듯 인생의 흐름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짧은 가을이지만 겨울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인생의 중년기도 길지 않지만 한 호흡 고르면서 준비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