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인생 (비지니스 )

마당발 되는 법

따뜻한 하루 2005. 1. 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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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관리 - 마당발 되는 법  
주위를 둘러보면 이른바 ‘마당발’로 통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으며, 인간 관계에 대해 아주 적극적이다. 동종업계뿐 아니라 서로 다른 업종이나 영역에서도 이래저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마당발들은 늘 모임이나 술자리가 있다. 적어도 1주일에 두세 번은 술 자리가 있고, 어떤 때는 하루에 ‘두 탕’을 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런 모임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 전화해서 가볍게 약속을 잡고, 내일 또 전화가 와서 흔쾌히 약속을 잡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사람은 아주 소중한 자산이다. 자산관리를 하듯이 이들은 늘 주변의 사람들을 관리한다.
 
인맥관리란 말은 과거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었다. 인맥이니, 학맥이니, 지연이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 ‘정정당당한 겨루기에서 벗어난 줄타기’를 의미해 항상 부패나 부정의 현장에 연루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인맥에 대한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 10월 초 구인구직업체인 HR코리아가 경력 3년 이상인 직장인 1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끈’이나 ‘파벌’ 등으로 인식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이라거나 ‘공정하지 못한 수단’ 등 부정적인 응답을 한 사람이 57%를 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직장생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인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6%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인맥은 ‘부당한 끈’이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효과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인맥이 필요하다는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당발’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인맥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은 인맥을 어떻게 관리하고 확장해 왔을까? 그들은 그렇게 관리한 사람들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을까?
 

유형1 명함관리로 특별한 만남을
 
특정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마당발로 통하는 유아무개씨는 본인보다는 타인이 인정하는 마당발이다. 그가 마당발로 통하는 것은 이 업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유씨는 어떻게 마당발이 되었을까. 그럴 만한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우선 그는 그 업계를 담당했던 기자 출신이라는 메리트를 충분히 활용했다. 같은 분야에서 10여년이 넘도록 취재를 하면서 다른 어떤 사람보다 이 업계 사람들을 아주 특별한 관계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마당발이 되는 건 아니다. 그는 굳이 자신의 인맥관리라고 한다면 “명함관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함관리 프로그램을 컴퓨터의 초기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날마다 일정을 체크하면서 만날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의 명함관리에서 특징적인 건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그는 명함을 정리할 때 처음 만난 사람이면 그날의 기록을 해둔다. 첫 번째 만난 날짜와 장소, 그의 인상착의, 대화 내용 등 기억을 되살릴 만한 기록을 해두는 것이다. 그랬다가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첫 만남 때의 인상적인 부분을 말해 준다. 그러면 상대방은 호감을 가지며 마음을 연다. 그가 평소 기억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메모 때문이다.
그가 사람을 관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언제 한번 봅시다”가 아니라 “다음주 목요일에 봅시다” 하는 식으로 약속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인사치레로 끝나면 더 좋은 인연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는 저녁에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점심 때 가볍게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유형2 대가 대신 인간적 소통에 무게
 
인맥을 만들기 위해 눈에 띄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맥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마당발도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씨는 “인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되묻는다. 사람은 관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장씨 역시 기자 출신으로 정치계와 언론계 등에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사람관계는 곧 그 사람의 인생”이라며 “사람에게 사람이 꼬이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굳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무해’(無害)라고 표현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해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뭔가 대가를 바라고 인맥을 형성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의 것”이다. 그의 인맥론을 들어보자. “과거의 마당발은 인맥, 학맥, 지맥 등 끈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합리적인 판단이 중심이다. 경기고 출신, 서울대 인맥, 이런 인맥은 기득권 내에서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대표적인 인맥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식의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마당발 시스템은 갈수록 안 통한다.”
대신 장씨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인맥은 서로 뜻이 맞는 사람과의 관계다. 뜻이 맞는 사람은 100년 친구보다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설명하는 ‘뜻 맞는 사람’이란 시대정신일 수도, 정치적 입장일 수도, 또는 살아온 여정이 비슷한 데서 오는 동질감일 수도 있다. 흔히들 “코드가 맞는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이 뜻 맞는 사람은 주로 정치권에서 형성되는 인맥의 근거다.
실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방송계, 학계 등에도 다양한 인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도 “서로 공유하는 뜻이 있는 경우 관계를 훨씬 친숙하고도 오래도록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모임이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1200여명 정도. 그중에 절반 정도는 서로 편하게 연락하고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방송이나 학계, 재계 등에 두루 인맥을 갖고 있어서인지 사람들 관계에 대한 생각도 좀 다르다. 그는 “설령 정치적인 성향이나 시대의식이 다르더라도 충분히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얘기해 보고 생각이 통하면 깊어지고, 혹 생각이 달라도 상대방의 생각을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모르는 분야에 대해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배워가면 서로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유형3 정보와 지식 교류의 창구로
 
하지만 모든 마당발이 다 이처럼 인간적인 면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 아니다. 국내 유명 투자회사의 상무이사로 있는 권아무개씨는 “단순히 친목도모를 위한 만남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인맥의 의미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의 교류’이다. 권씨는 특히 “지식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면, 적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사람을 만날 때는 최근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갖고 만난다. 상대방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파악해서 그가 하는 일에 관련해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그러면 입장도 생긴다. “그런 견해들이 서로 잘 소통되면 다른 어떤 인간적인 관계보다도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권씨가 그렇게 하는 건 상대방의 일에 관심을 갖고 그의 일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는 것이 사람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거나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라면, 그는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권씨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미국 영화가 왜 흥행에 성공했을까를 화두로 던진다. 물론 권씨는 그것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권씨에게 있어서 인맥이란 서로의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는 사람들이다.
분야나 사람에 따라 인맥에 대한 생각이나 인맥관리 방법은 다양하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매우 진부해 보이는 이 명제는 실제 마당발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마당발들이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핵심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은 수십명 정도며, 그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심없는 만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맥을 관리하고 마당발이 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맥관리를 잘한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인맥을 일종의 ‘인생보험’이라고 대답했다. 사회봉사단 활동을 통해 극빈자부터 부유층까지 다 만나봤다는 황아무개씨는 “저 사람하고 나하고의 관계가 지금은 내가 도와주는 위치에 있지만 언제 어느 때 역전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사람에 대해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며, 나아가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실직을 해서 아무 벌이가 없을 때 밥 한끼 먹여줄 사람 100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맥은 인생보험
 
사람 잘 챙기기로 소문난 회사원 박아무개씨도 “그동안 특별히 사람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사람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나이가 들수록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줄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현대의 마당발은 살기 어려워지고, 점점 개인화되고, 점점 더 외로워지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아닐까.
 

현대판 마당발의 공통점
인맥관리를 잘하는 마당발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아무개씨는 이를 두고 “마당발도 끼가 있는 것 같다”며 “나누고 싶어하는 형질을 타고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ㅈ씨는 마당발을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렸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마당발의 제일 조건이다.

다음은 적극적인 성향이다.
아무리 사람을 좋아해도 이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실천은 적극적인 성향에서 나온다. 마당발치고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당발은 대부분 이종모임간 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잘 연결시켜 준다. 따라서 다방면을 두루 알 수 있는 다양한 모임들을 몇 개씩 갖고 있다. 이렇게 속한 모임이 많다 보니 만남도 많다.
 
마당발의 또다른 특징은 두 가지 이상의 모임이 겹쳤을 때는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고생스러워도 “두 탕을 뛰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둘 다 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이씨는 그런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들러줘야 한다”고 말한다.
 
마당발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인맥관리의 가장 큰 조건은 “먼저 베푸는 것”이다. 박아무개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편안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가 하는 건 먼저 상대방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당발의 경우는 항상 먼저 베푼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당발들이 상대에게 먼저 주거나 배려를 하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ㅈ씨는 “부담을 주지 않는 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며 “베풀면서 이득을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