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연탄 한장

따뜻한 하루 2004. 12. 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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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또 다른 말 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무게 3.6㎏,
구멍 22 개. 
일산화탄소란 독을 뿜어 때로 서민들 속을 태웠으되, 
시린 겨울 방바닥을 달궈 이불 속 밥공기를 덥혔고, 
길모퉁이 아이들은 그 위에서 설탕·녹말가루 저어 뽑기를 부풀렸다. 
검은 몸을 불살라 하얗게 굳어가는 소신공양의 운명, 
연탄, 
잃어버린 것,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님의 
구구절절한 Message를 다시한번 적고싶은 날입니다.
마음만 있으면 조금만 나누면 따스한 세상..
나 그대에게 기꺼이 연탄한 장의 사랑으로 
활활..불타오르는  따스한 사랑이야기..
한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나보다 더 힘겨워 하는 님에게 마음의 정 나눠보심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