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산 농부님( 龍井山 農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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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비가 내리면
따뜻한 하루
2004. 9.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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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아직 덜 자란 나뭇잎 위에 얹혀진 빗방울이
구슬같이 이뻐 보이고 나무뿌리에서 올라온 듯한
수액이나 이제 갓 자란 무순이나 아욱 냄새 같은 것이
코 끝에 맡아지는 것 같다. 후둑후둑거리며 어딘가에 고이는
빗방울을 보면 머위 잎이나 토란 잎이나 호박 잎에 고이는
빗방울이 생각나고 너무 오래 비가 안 오면
밭이 타겠네, 싶고 너무 많은 비가 내리면
논둑이 터지겠네, 싶어 안타깝다.
- 신경숙의 《자거라, 네 슬픔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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