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 한 사람의 꿈은 꿈이지만 만인(萬人)의 꿈은 현실이다
몽골 유목민이 문자도 변변치 못한 민족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도 야만인이나 잔인한 전사(戰士)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정말 아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아둔한 사람일 것이다. 아둔한 사람들 100∼200만 명이 1억∼2억의 인구를 150년간 지배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들이 농경정착민들의 눈에 난폭하고 무례한 침략자로 보였을 수는 있지만 절대로 미개하거나 야만적인 인간들은 아니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점을 강조하며 그들이 남다른 비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저자는 그들의 성공비결을 한마디로 ‘꿈’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그들은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만인이 꿈을 꾸면 얼마든지 현실로 가꿔낼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열린 사고’를 통해 ‘꿈의 공유’를 이룰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만약 칭기스칸이 난폭하고, 독재적이어서 부하들과 백성들에게 일방적인 복종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유아독존적 리더였다면 ‘꿈의 공유’가 가능했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또한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가난한 유목민들로 하여금 세계를 정복한다는 거대한 꿈을 꾸게 만들었을까?
2. 제로섬 게임의 땅
몽골 초원에는 지독한 가뭄과 때 이른 강추위라는 무서운 재앙이 있다. 몽골사람들은 대대로 그런 재앙을 겪었다. 농사는 애시당초 지을 수 없고 가축들이 굶거나 얼어죽고 나면 인간들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는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상의 가치는 없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전쟁이나 약탈도 마다할 수 없었다.
그들이 동족끼리 죽고 죽이는 내전을 그치고 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밖을 정복하여 파이를 키우는 길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자연에 맞서는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강인함 즉, 막강한 개인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으로 살길을 찾아 나선 결과가 세계정복으로까지 확대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농경정착민족과는 어떻게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지니고 있었기에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인가?
3. 길을 닦는 사람들, 성을 쌓는 사람들
농경정착민들의 우선 관심대상은 씨를 뿌릴 토지와 비를 내려 줄 하늘이다. 위(하늘)와 아래(땅)가 중요하다. 내 농사만 잘되면 부러울 것이 없기 때문에 옆 동네 일에는 관심이 없다.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가 되니 소유의식도 강해지고 계급이 발달하여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위, 아래가 중요하다.
정착사회는 이처럼 수직 마인드를 기초로 형성되는 수직적 사회시스템이 된다. 수직적 정착 사회에서는 모험이 필요치 않다. 자연히 창의력보다는 기억력이 중요해지고 머리가 좋다는 것은 곧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정착민들의 결정적인 약점을 이렇게 꼬집는다. “기억력을 중시하는 사회는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 과거를 산다.” “그런 사회는 닫힌 사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갇힌 사회가 된다. 수직적 사고가 낳는 해악들이다.”
그에 반해 유목 이동민들은 항상 옆을 바라 봐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생존하려면 싱싱한 풀이 널린 초지를 끝없이 찾아 헤매야 한다. 살기 위해 위가 아니라 옆을 봐야 하는 수평 마인드의 사회가 유목사회이다. 사방이 트인 초원에서는 동지가 많아야 살고 적이 많으면 죽게 된다.
그 곳에서는 민족이, 종교가, 국적이 다르다는 것도 무시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내편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완전개방이 최상의 가치로 통한다. 그래서 그 사회는 출신이나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능력에 따라 무한가능성을 보장하는 사회가 된다. 21세기인 지금 정착민의 문화를 지닌 조직과 유목민의 문화를 지닌 두 조직이 경쟁하고 있다면 어느 조직이 승자가 될 것인가? 그 때 유목민들이 승자가 되었던 것처럼 대답은 명약관화하다. 울타리를 치는 사람들이 길을 만드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 21세기의 사회인 것이다.
사람을 말이나 개라고 부르는 것이 농경사회에서는 모욕인 경우가 많지만 몽골 유목민들에게 그것은 최고의 찬사가 담긴 칭호였다. 칭기스칸의 곁에는 ‘4준마(駿馬)’, ‘4맹견(猛犬)’이 포진하고 있었다. 이 칭호는 그들이 자칭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싸웠던 적들이 붙여 준 것이었다. 적의 찬탄을 자아낼 만큼 그들은 무섭고 용맹했던 것이다. 4준마는 참모이거나 정책 쪽에서 활동한 측근들이었고, 4맹견은 전투의 지휘관들이었다. 그들의 역할은 다양했고 칭기스칸과 만난 인연도 갖가지였지만 하나같이 결속을 중시하고 배신을 혐오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CEO 칭기스칸의 곁에는 최고의 역량과 충성심으로 무장된 사업부장들과 참모들이 있었던 것이다. 칭기스칸은 사람을 보는 눈, 넓은 포용력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대대적인 권한위양이 불가피한 현대의 조직에서 최고경영자가 반드시 배워야할 덕목이다. 이 장에는 그 측근 부하들과 칭기스칸이 인연을 맺게되는 과정, 그들이 보여준 충성심, 칭기스칸이 그들에게 베푼 파격적인 보상 등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5. 개인적인 약탈을 금한다
당시 전쟁에서 승리한 부족들은 패배한 부족의 가축과 재산, 때로는 여인들까지 전리품으로 취했다. 그 과정은 적진에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개인적인 약탈을 하는 일종의 선착순 약탈방식이었다. 이 방식으로는 맨 앞에서 싸우는 사람만이 득을 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쟁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는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칭기스칸은 이런 불공평을 해소하여 조직 전체의 전투력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한다. 전리품을 공동의 몫으로 두고 공(功)에 따라 배분하였다. 개별적인 약탈금지로 모든 병사들은 성취욕을 불사르게 되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기여한 만큼 반드시 대가가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우량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스톡옵션 등의 이익분배제도와 같은 효과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공평한 보상과 이익 분배는 조직의 높은 사기와 성장의 원동력인 것이다.
6. 속도 숭배주의자들
몽골군이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피드였다. 적들이 미처 대비할 여유를 두지 않고 바람처럼 들이 닥쳤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기마군단이 몽골군의 이미지이다. 넓은 초원을 가축을 돌보며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족의 스피드는 전투수단이 아니라 이미 생업의 수단으로 체득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군대의 이동속도, 전투 시의 진격속도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것은 소지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은 가볍게 만들었으며, 병참기능이 따로 없는 군대를 운용하였다. 이 점은 현대의 기업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유연한 조직, 감량경영, 슬림화된 조직, 지원기능의 폐지 등등의 경영용어들이 지향하는 바를 몽골인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7. 눈과 귀를 열어라
칭기스칸의 또 하나의 승리의 비결은 ‘정보 마인드’에 있다. 초원지대는 사방이 평평하여 언제 갑자기 적들이 들어 닥칠지 알 수 없고 숨거나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저 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시 우리를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가축을 잘 먹이기 위해서는 어디에 좋은 풀들이 많이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유목민들은 끊임 없이 뭔가를 알아내야만 살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인사말은 “안녕하십니까”가 아니라 “당신이 온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였다. 그들에게 정보는 생존의 수단이었고 외지인은 정보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사람이었으므로 나그네를 환대하였다. 이와 같은 유목민의 정보 마인드가 전쟁에서도 발휘되어 몽골군은 첩보전, 심리전에 매우 능했다고 한다. 이 또한 21세기의 개인과 조직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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