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일수록 구성원의 사기를 높이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들이 부하 직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아울러 과제 수행을 지원하되 자율적으로 수행하게끔 믿고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유가 인상이나 불확실한 국내외 경기 전망 등으로 인해 기업들마다 투자 규모를 줄이고 가능한 한 내실 경영에 주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국내 대표적인 기업의 하나인 A사의 경우, 지난해에 137%이던 부채비율이 올해에는 75%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올해 벌어들인 이익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보다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외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하여 내실 경영을 하는 것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선두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거나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이 조직의 목표를 보다 분명히 하고, 아울러 구성원과 목표를 공유하여 조직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이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 한다. 특히,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내다보고 한 발 먼저 실행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구성원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고 신바람 나게 일하게끔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Listen) 용기를 북돋우는(Encourage)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과제 수행을 지원하되(Assist), 이를 자신의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기는(Delegate) 모습이 바람직하다(<그림> 참조).
경청하라(Listen)
경청(傾聽)이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다(hear)’는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 주의해서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그맨들이 가장 대하기 힘든 대중은 자신들의 개그에 웃지 않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청중이라고 한다. 이는 비단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신명이 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 유방에게 장량, 한신, 소하와 같은 유능한 인재가 있었다면, 그 경쟁자인 초패왕 항우에게도 범증이라는 천하를 떠받칠 인재가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한 때 유방을 물리쳐 변방의 외진 곳으로 패퇴시키고도 이 기회에 다시 세력을 회복할 수 없도록 끝까지 공격하자는 범증의 제안을 듣지 않고 무시한 탓에 천하를 제패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즉, 항우는 많은 병사와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을 때의 유방도 물리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외진 곳으로 쫓겨난 유방을 가볍게 생각해서 뒷날의 화근을 없애자는 범증의 건의를 무시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실망한 범증이 끝내 항우를 떠나 산 속으로 숨어 버렸다는 것이다. 즉, 인재 유지(retention)에 실패를 한 것이다. 물론 항우 자신도 훗날 범증의 우려대로 권토중래한 유방의 공격을 받아 참담한 패배를 겪게 되었다.
사실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는 대부분 현장에 있는 법이고, 또한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현장에 있는 일선 직원이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듣고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구성원을 신나게 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과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격려하라(Encourage)
부하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것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부하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실행하게끔 격려하고 성공을 거둘 경우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잘못에 대한 질책은 많이 하지만, 칭찬에는 인색한 리더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는 것처럼 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부하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그들의 열정에 찬 물을 끼얹는 셈이 될 수도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 원고 담당이었던 페기 누난(Peggy Noonan)은 자신의 원고 초안에 “매우 훌륭함”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돌아오자, 이를 오려 가슴에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이처럼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부하 직원이 노력한 결과에 대해 인정하고 칭찬을 해 주는 것은 상대를 즐겁고 신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칭찬과 더불어 실수에 대한 관대한 포용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옛날 초(楚)나라의 장왕은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여러 신하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그런데 연회 도중에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모든 촛불이 일시에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한 장수가 장왕이 사랑하는 허희(許姬)의 소매를 끌자, 허희는 그의 관끈을 잡아당겨 끊고 장왕에게 이 사실을 고했다. 그러자 장왕은 오히려 자신이 연회를 밤늦게까지 이어지게 한 탓이라 대답하고, 모든 이의 관끈을 끊고 다시 불을 켜게 함으로써 그 장수의 잘못을 덮어 주었다. 훗날 이 장수는 진(晉)나라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내던져 장왕을 구함으로써 은혜를 갚았다. 지나치게 잘잘못을 따짐으로써 도전적 풍토를 해치는 사례가 있다면 이 절영회(絶纓會)의 고사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IBM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토마스 와튼의 일화도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부하 직원이 와튼의 호출을 받자, 회사를 그만두라는 소리를 들을 것을 예상하고 침울한 마음으로 그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와튼은 “너무 상심 말게. 자네의 교육 비용으로 천만 달러를 쓴 거야”라는 말을 들려주면서 오히려 그를 격려해 주었다. 이 일은 그 부하 직원을 더욱 노력하게 만든 것은 물론, 조직 전체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실수에 대한 관용과 성공에 대한 인정은 구성원의 열의와 진취적인 자세를 이끌어 내는 핵심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도와주라(Assist)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게끔 격려하는 것으로 리더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게끔 지원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 리더들은 지원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부하가 봉착한 난관을 모르고 지나치거나, 반대로 자신이 직접 나서서 지시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하의 능력 개발 기회를 없애고 장기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러버메이드(Rubbermaid)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탠리 골트는 10년간 연속해서 수익이 상승하는 기록을 남길 만큼 탁월한 경영자였다. 그러나 그는 ‘폭군’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즉, 임원들조차도 그들 스스로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끔 맡기고 자신은 지원만 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지시와 명령에 따르는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시켰다. 그 결과, 러버메이드는 그가 퇴임하고 나자 불과 5년만에 뉴웰(Newell)에 인수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굳이 이와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지나치게 독선적이거나 관리 통제를 리더십이라고 오해하여 장기적인 조직의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리더에 관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에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이어 타임지에서도 성공적인 경영 혁신을 이끈 경영자로 소개되었던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의 경우, 신제품 개발이나 제품 혁신 담당자들과 현장에서 직접 토론하고 즉석에서 해결안을 제시하는 등 현장의 개선 프로젝트를 세심하게 지원해 줌으로써 지난해 18%의 매출 신장과 33%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였다.
지금의 경영 환경은 과거와 같이 조정 경기에 비유할 수 있었던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래프팅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그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도 책상에 앉아 과제를 지시하고 보고서를 검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모범을 보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모습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농구팀의 리더는 작전 지시를 하고 선수를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를 하는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나 TG 삼보의 허재처럼, 다른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가는 플레잉 코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의사 결정만을 내리는 상사가 아니라, 부하의 문제나 고민을 듣고 해결 방안에 대한 지원과 격려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믿고 맡겨라(Delegate)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지원을 해 주되, 지나친 간섭이나 관여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옛날 위(魏)나라 문후가 악양이라는 장수에게 군사를 주고 중산(中山)이라는 나라를 정벌하게 했다. 악양이 3년만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그간의 공로를 말하자, 문후는 큼지막한 상자 하나를 악양에게 보여주었다. 그 상자에는 악양을 비방하는 상소문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에 악양은 벌떡 일어나 문후에게 절하며 “이번 승리는 대왕께서 하신 일이지 신에게는 공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 번 부여한 과제에 대해서는 부하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추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믿고 맡겨줘야 한다.
특히 최근의 기업 경영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사업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상황에서 소규모의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와 같이, 리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챙기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만약 사소한 일 하나 하나마다 리더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면 개인의 상상력과 다양성은 사라지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리더는 일일이 관리 통제하기보다 부하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가 부하 직원들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솔선 수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리더와 부하의 관계는 신뢰가 기본
이상의 노력들은 부하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리더십 행동들이면서, 동시에 리더와 부하 직원 사이에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에 대한 신뢰는 상사가 부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부하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부하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다.
리더와 부하간의 신뢰는 일에 대한 몰입도를 높임과 동시에 평가 결과에 대한 납득성을 높이고 보상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향후 인사 부서를 중심으로 미래 리더의 개발과 육성에 있어서 신뢰 형성을 위한 리더십 행동 개발 프로그램을 반영해 나가는 것이 요구되며, 이와 함께 리더 자신의 적극적인 자기 개발 노력도 더욱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