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오 그리운 푸른 하늘 속의 두 사람이여
민주주의의 처음이여
-고은의 시 <그리움> 전문
이 세상에서 제일 가련한 사람은 그리움 한 점 가슴에 심어 두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무치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보면 이 세상의 이지러지고 모난 모든 것들을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요. 그리움의 거리는 나뉘어진 공간이 아니라 사랑으로 채워지고 이어진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라는, 약간은 모호한 이 구절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다‘는 말보다 ‘나는 너다‘라는 말을 제가 좋아하는 것도 그러한 까닭입니다. 나는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