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2.25)무술인의 주먹 힘은 근육이 아닌 속력에서 온다. 즉 내지르는 주먹 끝에 집중력을 쏟아부은 '찌르기'로부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보잘 것없는 덩치를 지닌 사람들이라도 능히 판자나 벽돌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긴장된 근육으로는 이렇게 빠른 반응을 보여줄 수 없다.
높은 차원의 무술 훈련에서는 항상 균형과 편안함을 지닐 것을 가르치고 요구한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유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명경지수, 잔잔한 마음, 유연함, 균형, 편안함...
진정한 '힘'은 이런 상태에서 나옵니다.
스포츠에서도 무술에서도 파워는 몸에 힘을 잔뜩 주었을 때가 아니라 몸에서 그리고 마음에서 힘을 뺐을 때 나옵니다.
누구나 초보 때는 온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탁구를 칠 때, 야구 배트를 휘두를 때...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에서는 제대로 된 스윙이 도무지 나오지를 않지요. 힘을 뺀 상태여야 날카로운 스매싱도 나오고 깨끗한 스윙으로 안타도 칠 수 있습니다. 농구에서 점프슛도 들어가고 배구에서 스파이크도 제법 멋있게 들어갑니다.
이런 원칙은 일 처리, 시간관리, 자기관리에도 적용됩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물같이' 운영하지 못해서, 일을 처리할 때 적정선 이상이나 이하의 주의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는 비효율이지요.
경제노트를 읽고 계신 지금은 출근 직후이십니까, 아니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늦은 오후이신가요. 자, 이제부터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마음에서도 힘을 빼고, 편안하고 유연한 상태에서 내 과업에 마주해보는 겁니다.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빠른 주먹의 속도로 두꺼운 판자를 부수는 무술인들. 그들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 많은 이메일, 일상업무, 읽어야할 보고서, 가족문제, 올해 목표들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각각에 필요한 만큼의 속도로 적절히 대응하는 겁니다.
경직되고 불안한 상태에서 허겁지겁 부적절한 강도로 그 일들에 임하지 않고, 명경지수의 편안하고 유연한 상태에서 그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의 효율성은 매우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