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봄은 봄이라서 아름답고 여름은 여름이라서 가을은 가을이라서... 그리고 겨울은 겨울이라서 아름답다. 계절마다 모양이나 색이나 향이 다른 것이 그냥 겉만 다른 것이 아니라 속에서 진하게 배여 나오는 아름다움인 것이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자기 자신을 그렇게 잘 관리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연처럼 언제나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젊었을 때는 젊어서 아름답고 늙어서는 늙어서 아름다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피는 꽃이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듯이 아름답지 않은 젊음이 없다. 반면에 지는 꽃이 아름다운 꽃은 없지만 지면서 반드시 씨방에는 우주력(宇宙力)을 품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놓지 않는가? 그 열매가 자라면서 색과 향기와 맛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도 늙어서 그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이 없지만 마음의 씨방에 아름다운 인격의 열매를 맺는다면 잔잔한 주름 사이로 배어나오는 사랑의 향기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래서 젊어서는 맵시가 아름답고 늙어서는 마음씨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늙은이가 나이로 나이값을 하면 아랫사람이 괴롭지만 인격으로 나이값을 하면 아랫사람을 무언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 들면 몸이 망가지면서 마음도 같이 망가지게 된다. 망가진 몸에서 배어나오는 망가진 마음의 냄세는 너무나 세속에 젖어 버렸다. 어릴적의 그 순수하고 맑았던 영혼들은 어디로 가고 탐욕과 이기로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세월을 낭비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이들이 가끔 있어서 세상은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고기가 파도에 시달리면서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고, 나는 새가 태풍에 시달리면서도 우아한 날개짓을 잃지 않는다. 산과 들의 나무들이 비바람과 가뭄이라는 극과 극을 넘나드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더 큰 소리로 노래하듯이... 세월이 지났는데도 맑은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벗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마도 그의 영혼에는 세월도 아름답게 영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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