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을 위하여

시월의 마지막 밤

따뜻한 하루 2006. 11. 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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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
 

이효녕 

가는 세월이 무엇인지 몰라 
낙엽 몇 잎 밤길에 놓았습니다 
누가 그 길로 오는지 몰라 
마음의 등불로
어둠을 밝혀 놓았습니다 

계절에 마디마다 스치는 바람처럼  
누군가 떠나가고 있기에
내 가슴을 내어놓습니다 

닿을 듯 말듯한 낙엽의 거리
떠나는 것은 슬픔이기에
쓸쓸한 그 길을 걷지도 못하고 
풀벌레 마지막 노래만 들었습니다  

흰 눈밭을 같이 밟기 위해 
그대를 다시 만나기로 한 
추운 거리로 이제 가겠습니다

나무가 발가벗고 꿈을 잃은 사이 
그대의 사랑을 마음으로 읊조리며   
가지마다 매달아 놓으려 
세월 하나 문밖에 걸어두고 
시월의 마지막 밤에
바람으로 삐걱 이는 마음의 문을
빗장으로 잠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