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하루 2005. 12.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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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래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 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 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