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칠종칠금 七縱七擒
제갈량(諸葛亮)이 맹획(孟獲)을 사로잡은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마음대로 잡았다
놓아주었다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칠금(七擒)'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요약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준다는 뜻으로, 상대를 마음대로 다룸을 비유하거나 인내를 가지고 상대가 숙여 들어오기를 기다린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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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은 맹획을 끌어오라 명했다. 병사들이 맹획을 끌고 와 장막 앞에 무릎을 꿇려놓자 공명은 맹획의 포박을 풀어주게 하고 다른 장막에 따로 술상을 차려 주어 그가 놀란 마음을 진정하게 해주었다. 공명은 축융부인과 맹우, 대래동주 등 맹획의 일가붙이들도 모두 맹획이 있는 장막으로 보내 같이 술을 마시게 해주었다. 모두 살아있음을 반가워하는 가운데, 장막 안으로 촉의 병사 하나가 들어와 말했다.
"승상께서는 이번 일로 참담한 심정이셔서 대왕을 만날 수 없다 하십니다. 특별히 제게 분부를 내리셔 대왕께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대왕께서 인마를 새로 모아 오시면 그때 승부를 짓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떠나셔도 됩니다."
맹획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완벽한 승리를 거둔 공명이 오히려 부끄러워 자신을 만날 면목이 없다는 말에 놀란 것이다. 맹획은 그동안 공명과 싸워온 일이 하나하나 생각이 났다. 맹획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떨어졌다. 공명의 계략, 그 부하 장수들의 용맹에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공명의 마음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군의 죽음까지 아파하는 그 마음이 굳게 닫혀있던 맹획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나는 지금껏 일곱 번을 붙잡혔는데, 승상은 나를 일곱 번 풀어주는구려. 칠종칠금이라니! 자고로 이런 일은 있어 본 적이 없었을 것이요. 내가 왕화를 받지 않는 외방인이기는 하나 예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오. 나를 풀어준다고 덥석 받아들여 떠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소."
맹획은 형제와 처자 및 일가 친척들을 모두 이끌고 공명의 장막 아래 무릎을 꿇고 옷을 끌어내려 어깨를 드러내는 육단(肉袒)의 예를 바쳤다.
"승상의 하늘같은 위엄에 저희 남방인들은 다시는 배반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공명이 말했다.
"그대의 말이 진심인가?"
맹획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진심입니다. 제 자손 대대로 살려주신 은혜를 감사드릴 것입니다."
공명은 맹획을 장막 안으로 불러 함께 연회를 즐겼다. 그동안 빼앗은 맹획의 땅을 모두 돌려주고 영원히 만왕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 말해주었다. 맹획 일족은 공명의 말에 모두 감격하고 말았다. 그들은 모두 뛸듯이 기뻐하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맹획이 돌아간 뒤 공명이 철군 준비를 명하자 장사 비위가 물었다.
"승상께서는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불모의 땅을 깊이 들어와 남만을 굴복시키셨습니다. 지금 만왕이 항복하였으니 당연히 관리를 두어 만왕 맹획과 함께 이곳을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어찌 이대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관리를 두는 것은 세가지 불가한 이유가 있다. 관리를 이곳에 두자면 병력도 남겨야 한다. 병력이 있으려면 군량도 보급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것을 감당하겠는가?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렇다고 병력 없이 관리만 둘 수도 없다. 이번 전쟁으로 남만의 종족은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관리만 이곳에 있으면 복수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분쟁이 일어나게 되니 이것이 불가한 두 번째 이유다. 남만인들은 우리와 오랫동안 싸웠으니 누군가 남게 되면 자연히 불신이 싹트게 될 것이다. 이것이 관리를 둘 수 없는 세 번째 이유니라. 이곳에 관리를 두지 않으면 군량을 나를 필요도 없고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 만왕이 마음 깊이 복종하였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공명의 설명에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이 풀렸다. 바로 이렇게 남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명이 그 어려운 과업을 수행했다는 점이 납득된 것이다. 공명의 수고로움으로 인해 남만에서는 공명을 위해 생사당을 짓고 사시사철 제사를 올렸다. 공명을 일컬어 자부(慈父)라 부르며 진귀한 금은보배를 바치고 칠기와 약재를 바쳤으며 군마를 농경에 쓰며 군수 물자도 모두 생산에 쓰게 되어, 맹획이 맹세한 대로 다시는 배반하지 않았다. 이로써 남방은 완전히 평정되었다.
한족은 본래 황하 중류지방에 거하고 있다가 전국시대를 거치며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며, 삼국시대에 이르러 장강 이남으로 퍼지게 되었다. 자연히 본래 그 지역에 살던 종족들과 분쟁이 없을 수 없었다. 동오도 오랜 기간 동안 그 땅에 살던 산월족을 평정하는데 공을 들였다. 공명도 동오와 마찬가지로 남방을 평정함으로써 드디어 중원을 향해 웅지를 펼칠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공명은 한시라도 빨리 성도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오기는 했으나, 조비든 손권이든 안심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위나라는 중원을 차지하고 있고, 천하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힘이 강대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더 늦기 전에, 한실의 기억을 사람들이 잊기 전에 중원을 도모해야 했다. 무더운 여름은 끝이 나고 어느덧 날도 9월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철군도 진군만큼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촉군이 노수에 도착했을 때였다.
선봉장 위연이 노수에 도착하자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몰려오더니 물 위로 일진 광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래와 돌이 날려 더 이상 진군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번을 진군하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귀기어린 바람이 불어왔다. 위연은 군사를 물린 뒤 공명에게 이변이 일어났음을 보고했다.
공명은 맹획을 불러 무슨 연유가 있는 것인지 물었다.
"이것은 물을 지배하는 창신(猖神)이 일으킨 재앙입니다. 제사를 지내 창신의 노기를 달래야 합니다."
"그렇소? 제물로는 무엇을 써야 하오?"
"본래 이곳 풍속으로는 칠칠은 사십구, 마흔 아홉 개의 사람 목과 검은 소, 흰양을 제물로 바칩니다. 그렇게 하면 바람도 그치고 풍년이 들게 됩니다."
"내가 남방을 평정하였거늘 어찌 한 사람이라도 다치는 사람이 나오게 하겠소?"
공명은 직접 노수로 나아가 어떤 상황인지 살펴 보았다. 공명이 물가로 나오자 과연 음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강물이 미친 듯이 사나워졌다. 그 기세에 사람도 말도 다같이 놀라고 말았다. 공명은 그곳 토박이를 불러 이런 일이 언제부터 일어났는지 물었다.
"승상께서 지나간 후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밤만 되면 물가에서 귀곡성이 날이 밝을 때까지 들리며 끊어지지를 않습니다. 장독이 하염없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귀신들이 날아다닙니다. 재앙이 무서워 아무도 강을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공명이 탄식을 했다.
"이것은 내가 저지른 죄다. 마대가 촉병을 천여 명을 데리고 이곳을 건널 때 그들이 이곳에서 죽고 말았었다. 거기에 많은 남만인들이 죽임을 당한 뒤 이 강에 버려졌으니 그들이 모두 원귀가 되고 만 것이다. 그 원한을 풀어줘야 하니 내가 직접 주관하여 노제를 올려야 하겠다."
토박이가 말했다.
"옛법에 따르면 마흔아홉 개의 사람 머리가 필요합니다. 옛법에 따라 제사를 올리면 귀신들이 흩어질 것입니다."
공명이 머리를 저었다.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되었는데, 어찌 또 사람을 죽여 그들을 달래겠는가? 내게 생각이 있다."
공명은 군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행주(行廚)를 불러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게 한 뒤 그 안에 소와 말의 고기를 다진 것을 집어넣게 했다. 그 모양이 남만 사람 머리 같다 하여 만두(饅頭)라 부르게 했으니, 이것이 오늘날 만두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그날 밤 노수 강변에 제단을 만든 뒤 향을 사르고 제물을 진열했다. 모두 마흔아홉 개의 만두가 올라가고, 등불도 마흔아홉 개를 피웠다. 공명은 삼경(밤 12시경)이 되자 금으로 된 관에 학창의를 입고 제사를 올렸다. 연사 동궐이 제문을 읽었다.
"유세차 대한 건흥 3년 가을 9월 1일에 무향후 영익주목 승상 제갈량은 삼가 제물을 갖춰 노제를 올리노라. 나라와 폐하를 위해 전사한 촉의 장교와 군사들, 그리고 남만인들로 떠도는 고혼이 된 이들이여 이 제물을 받으라. 우리 대한의 황제는 그 위엄이 고대의 삼황을 계승하여 춘추 시대의 오패를 능가하고 있도다. 지난날 남방이 어지러워지자 남만은 군사를 일으켜 전갈의 꼬리처럼 요사하게, 이리의 마음처럼 흉악하게 경계를 침범해 왔도다. 나는 황명을 받들어 변황의 죄를 묻고자 이곳으로 왔나니, 비호처럼 날래게 하찮은 무리들을 정벌했도다. 장졸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미친 도적떼는 얼음 녹듯이, 대나무가 쪼개지듯이 무너져 원숭이 무리들이 흩어지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구주의 호걸들이 모두 모여 병사가 되었고, 사해의 영웅들이 장교가 되었도다. 무예를 익혀 오랑캐를 정벌하고 군왕의 명이 내리면 사양치 않고 따르며 나라에 충성을 바치고 군주께 절개를 지켜 만왕을 일곱 번이나 잡아들이는 쾌거를 이룩했노라. 그러나 불행히도 무기를 잃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적의 간계에 빠지기도 하고 혹은 날아오는 화살에 몸이 상해 구천에 든 사람들도 있었다. 또는 도검에 몸이 상하여 명부로 가게 되었도다. 그대들은 살아서 용감하였으니 죽어서는 이름을 남기게 되리라. 이제 정벌을 마치고 개선가를 부르며 돌아가니 장차 헌부(포로를 종묘에 바치는 예식)가 있을 것이다. 그대들 영령이 아직 있다면 내 기도를 들으라! 우리의 높이 올린 깃발을 따라 우리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자.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찾으라. 가족들의 제사를 받을 것이며 만리 타향의 외로운 혼령이 되지 말지어다. 나는 천자께 주청을 올려 그대들의 집안에 모두 은전이 내리도록 할 것이며 매년 은급이 하사되도록 할 것이다. 다달이 녹봉을 내려 가족들을 보살핌으로 그대들의 노고에 보답할 것이다. 본국의 토지묘와 남방의 망귀(亡鬼)에 이르면 항상 젯밥이 있을 것이니 이로써 그대들이 안식을 취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천자의 위엄에 의지할 것이며, 죽은 그대들 역시 제왕의 덕에 귀의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니 마음을 평안히 하고 슬픔으로 통곡치 말라.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리노라 오오, 슬프도다! 엎드려 비옵나니 이 제물을 받으소서."
제문 낭독이 끝나자 공명이 목을 놓아 울었다. 그 통절하기 짝이 없는 울음은 군사들의 심금을 울렸다. 어느덧 울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노수로 따라왔던 맹획과 그 부하들조차 통곡하기 시작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귀기어린 안개 속에 몸을 감추고 있던 수천의 원귀들이 바람결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공명은 측근들에게 명하여 빚어놓은 제물을 노수에 던지게 했다.
날이 밝은 뒤 공명은 군사들을 이끌고 노수로 다시 나왔다. 음산했던 안개는 모두 사라지고 바람도 잔잔했으며 강물도 잔잔하기만 했다. 촉군은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 촉군은 즐거운 마음으로 북과 징을 치며 강을 건넜다.
영창에 도착한 공명은 왕항과 여개에게 4군을 지키게 하고 이곳까지 따라온 맹획도 돌아가게 했다. 정사를 게을리하지 말고 선정을 베풀 것을 당부하자 맹획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누었다.
공명이 성도로 귀환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후주 유선은 성밖 30여 리 지점까지 몸소 나와 공명을 기다렸다. 공명은 후주가 어가에서 내려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는 사륜거에서 황급히 내려 절을 올렸다.
"신이 무능하여 남방을 평정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렸습니다. 폐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니 신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후주는 공명을 부축해 일으킨 뒤 공명과 함께 어가에 올라 궁으로 돌아갔다. 후주는 개선한 공명을 위해 태평연회(太平筵會)를 열고 원정을 함께 한 삼군에 모두 큰 상을 내렸다.
공명이 남방을 평정했다는 소식에 조공을 바치는 나라가 이백여 국이나 되었다. 공명은 승리의 기쁨에만 취해 있지 않았다. 노수대제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전몰장병을 위해 주청을 올렸고, 후주는 공명의 주청에 따라 전사자의 집집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보살펴 주게 하였다. 자연히 인심이 좋아지고 조야가 평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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